시험관 4차 - 성공기(동결배아 이식)
마지막 포스트가 2020년 1월에 신선배아로 이식했었던 임신이 8주 차에 계류유산으로 종결되었다는 거였다.
그 이후 유산으로 인해 손상되었을 자궁을 쉬게하기 위해 두 번의 홍양을 건너뛰었고
이어 5월엔 자궁경 시술을 받아, 혹여 유착된 곳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유착은 없었고, 조금의 염증소견이 있어 그것을 깨끗하게 해주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6월 말, 그 동안 저축해놓았던 동결배아들을 모두 녹여서 이식을 하기로 했었는데
나에게 남은 동결배아의 수는 모두 3일배양으로 5개였다.
담당 교수님은 3일배양배아가 4일, 혹은 5일까지 버텨준다면, 가장 좋은 배아 2개를 이식해보자 하셨고
3일배양배아를 동결시킬 때에, 최고 등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발 해동으로 하루만 더 버텨주면 좋겠다고 바랄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서 실패하면 담당 교수님을 바꿔보자고 결심했었는데
나의 담당 교수님이 출산으로 휴가를 일찍 들어가시기 되면서, 네번째 이식은 다른 선생님께 맡기게 되었다.
강남차에는 유명한 교수님이 많으신데, 담당 간호사선생님이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무뚝뚝하시지만 성공률이 높다는, 제일병원에서 오신 박ㅊ우 교수님을 연결시켜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다정한데 성공률이 낮은것 보다 무뚝뚝하고 쌀쌀맞아도 성공률이 높은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새로운 교수님께 진료를 보게 되었고, 들은 대로 정말 말수 없으시고 무뚝뚝하셨다. 하지만 필요한 말씀만 하시는 스타일이라 그건 또 마음에 들었고, 첫 진료시 냉동배아 모두 해동하는 거라서 할 수 있는건 다 해달라 말씀드렸고
NK세포 수치가 그렇게 낮진 않지만, 일단 일명 콩주사라 불리는 면역억제주사를 처방해주실거라 하셨다.
이식날, 다행히도 내 배아들은 5개 중에 5개가 모두 살아남았지만, 2개는 상태가 불량하고
가장 상태좋은 1등급 배아 2개를 이식하기로 결정 되었다.
확실히 경험이 많으셔서 성공을 했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다른 때보다는 배아이식을 하는 시간이 빨리 끝났다. (순식간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언제 시작하지? 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끝났다고 하셔서)
그렇게 이식날부터 2주간격으로 콩주사를 맞고, 베이비아스피린도 먹으며
나는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5일배양 배아 두개가 모두 착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식일 11일째 기준 1차 피검은 507.7, 13일째 2차 피검은 1300대였다.
피검이 높아서 안정적 단태아 임신이 된것인지, 쌍둥이를 가진 것인지 당시는 알 수 없었고, 그 후 일주일 뒤에 둥이들의 아기집과 난황, 일주일 후 심장소리 등을 확인하며 조마조마한 임신 초기를 보냈다.
지난번 계류유산 케이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초기에는 매주, 이후 2주마다 초음파를 보았고
국민행복카드 지원금 100만원은 임신 14주차에 모두 소진하였다.
강남차의 어떤 교수님은 일찍 졸업을 시켜주신다고들 하는데, 박 교수님은 16주가 되어서야 졸업을 시켜주셨고
강남차병원 본원의 쌍둥이 잘 보신다는 여교수님을 연결시켜 주려 하셨는데 교수님의 선의(?)를 거절하고
아산병원에서 출산하기로 결심했다. 출산 병원 결정기는 뒤로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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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성공을 위해 한 것들
- 담당교수님 처방대로 주사 열심히 맞기
2주 간격 차병원에서 콩주사 맞기
정말 끔찍하고 언제까지 맞는지 병원갈 때마다 확인했던 헤파린 크녹산 주사 맞기
(7주까지 주사 2개(400을)를 맞다가 중간에 출혈이 생겨서 300으로 낮췄다.)
- 아스피린 먹기(혈전방지)
- 영양제 챙겨먹기
- 식물성(특히 두부), 동물성 단백질(소고기) 챙겨먹기. 지난번 차수들과 달리 두유는 따로 먹지 않았다.
- 즐겁게 지내기(신랑과 친하게 지내는 신랑친구 겸 선배 가족들과 1박2일 놀러가기
- 계곡물에 발담그고 놀기(시원하고 좋았다)
- 그 외에는 일상생활을 하긴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왕복 3시간 지옥철 안타고
재택근무를 한 것도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
나름 인공수정3회/시험관 4회로 오랜시간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결국엔 임신이 되려면 어떻게든 되는 것같고 그건 내가 노력하고 애쓴다고 달라지는 건 아닌것 같다.
솔직히 1월에 계류유산이 되었을 때 많이 슬프고 힘들었는데, 그때 어느정도의 포기(?)를 할 수 있었다.
어떤 분들은 유산이 되고, 자책하거나 다음엔 필히 임신을 해야지''라며 감정적으로 더 매달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로,
아... 이건 나의 영역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원한다고해서 가져지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그 때 몸소 깨달았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시험관 과정 중 가장 어렵다는 포기(?)를 어느정도 했었다.
그리고 신랑에게도 2020년 연말까지만 딱 하고, 그 뒤로는 좀 쉬자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찾아서 읽으시는 난임 여성분들, 그리고 그 가족분들께 쉽게 포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다.
나도 유산을 겪지 않았다면 절대 못했을 내려놓음이 감히 어느분들께 쉽다고, 내려놓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느 책을 읽어도, 어느 성공 후기를 보아도
임신한 사람들이 그저 부럽고, 마음 내려놓는 것은 또 어렵고, 주위에 누가 임신소식을 전하면
나는 괜찮은데 주위사람들이 신경쓰는 것도 부담스럽고, 임신한 친구들은 외려 소식 전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특히 오래된 직장/구 직장동료)의 질문들에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게 사실이다.
난임이라는 터널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임신성공 외에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임신을 했다고 해서 쉽사리 마음이 높이거나, 또 끝이 아니지만.
다만, 내가 좋아하는 다음의 성경 구절이 힘들었던 2020년 초와, 신랑의 사고로 삶의 위기가 왔었던 수년을 슬기롭게 넘기는데 도움이 되었으니, 한번 쓱-훑어 읽어내려가시기 바란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느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장 13절)
나는 신랑이 평하길, 보통 여자들보다는 아주 조금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위의 성경구절대로, 내가 감당할 수 있으니 이런 시련을 주신거겠거니 생각하면 오히려 맘이 편하다고 할까.
p.s.
참고로 나는 천주교 신자이며.... 그것도 성당을 안나간지 5년은 된, 그 전에도 1년에 한번 나갈까 말까 하며
고해성사만 3번 넘게한 무늬만 신자이다. 하지만 어느 신부님의,
'성당에 와서 하느님께 기도드리면 좋겠지만 하느님은 네 마음속에도 있으니 집에서 기도를 드려도 하느님은 좋아하실거다'는 말씀을 듣고 그냥 마음 속으로만, 그것도 일주일에 몇 초(?) 시간내서 기도한다.
인자하신 하느님께서 이런 저를 용서해주시길 믿는다. :)